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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 나는 성향자일까? - 성향 테스트, 에세머와 바닐라
    BDSM 이야기 2019. 8. 12. 21:42

    요즘 한국어로 된 BDSM 테스트가 소소하게 유행하는 것 같다. 

    내가 처음 BDSM(이하 SM으로 줄여서 말하겠다)을 접했을 때만 해도 영어로 된 사이트가 전부였는데, 어떤 분이 한국어 버전을 새로 만든 것 같았다.

    공지사항을 보면 영어 사이트와 관련이 없으며 제작자가 취미로 제작한 것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 역시 영어 사이트에서 했던 테스트와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테스트 결과가 내 성향에 좀더 가깝게 나온 것 같긴 하지만, 확실히 한국어로 된 테스트가 훨씬 접근성이 좋은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커뮤니티들을 보면 '나 결과 이렇게 나왔는데 나도 성향 있는거야?'류의 글들이 종종 보인다.

     

    일단 한마디로 말해서 성향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지,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것은 못 된다.

    한국어 사이트 공지사항에 제작자 역시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라고 명시해 두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자신의 성향을 자각하고 BDSM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을 습득한 성향자들이 스스로가 세부적으로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성향자인가 고민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개인적으로 성향이 아~~예 없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약한 SM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섹스할 때 상대가 내 머리채를 잡거나 가볍게 엉덩이를 때리는 등 나를 약간 거칠게 다루는 것이 좋다(혹은 반대)

     상대가 적당한 수위의 음담패설(약간의 수치심을 유발하는)을 해 주는 것이 좋다(혹은 반대)

     섹스할 때 손을 결박한다던가, 안대로 눈을 가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해 봤는데 좋았다

     

    등등.. 가벼운 SM적인 행위는 바닐라(성향이 없는 일반인)들 역시 어느 정도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성향자와 바닐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자신이 성향자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면 일단 '섹스 없는 BDSM 행위가 가능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물론 BDSM이 무조건 섹스를 배제한 행위만은 아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자신이 성향자인지 아리까리하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바닐라들은 위에서 나열한 것과 같은 상황들을 떠올리는 듯 한데, 대부분 섹스 중에 SM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상황들이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섹스를 한번 빼 보라.

     

    잘 상상되지 않는다고? 일단 BDSM은 크게 다음과 같은 행위를 줄여서 말하는 단어이다.

     

    본디지(Bondage), 훈육(Discipline), 가학(Sadism), 피학(Masochism) + 지배(Domination), 복종(Submission)

     

    본디지는 말 그대로 로프 등을 사용해 상대를 묶는 행위이고, 나머지 단어들은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이 행위들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성향이 존재하고, 에세머들마다 각기 세부적인 성향은 다르지만 확실한 것은 에세머들의 플레이와 바닐라들이 섹스 중에 가볍게 하는 SM적인 행위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위에서 든 예시를 다시 가져와서 보면,

     

    ◈ 만약 가학-피학 성향을 가진 성향자들끼리라면 섹스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엉덩이(혹은 다른 신체 부위)를 때릴 수 있다. 손 뿐만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며, 단순히 기분내기용으로 몇 번 때리는 게 아니라 몇 백대, 혹은 멍이 들고 피가 나도록 때리기도 한다. 물론 모든 행위는 상호 합의 하에 진행된다. 단순히 때리는 것 외의 방식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주기도 한다.

     

     디그레이더 성향이 있는 성향자는 섹스할 때 흥분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모욕을 주는 표현 및 행동을 하며, 디그레이디 성향의 에세머는 그러한 수치심을 느끼는 것 자체로 성적인 흥분을 느낀다. 이는 단순히 언어로만 표현되는게 아니라, 수치스러운 자세 또는 행동을 시키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본디지를 즐기는 성향자들끼리는 단순히 손만 묶는 게 아니라 로프를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본디지를 하며 그 종류나 방법은 단순한 것 부터 복잡한 것 까지 다양하다. 섹스 중에 묶거나 묶이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묶는다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 묶인다는 것 자체'로 만족감 혹은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성향이 없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도록 아주 단순하게 적었지만 실제로는 내가 적은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아무튼 이렇게만 비교해 보더라도 자신이 성향자인지, 아니면 그냥 섹스중에 가벼운 BDSM 행위를 즐기는게 좋은 사람인지 대강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위에 나열한 상황들을 떠올릴때 흥분된다면 당신은 성향자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BDSM이 항상 섹스를 배제한 행위는 아니다.

    다만 성향자가 아닌 사람들은 섹스에 BDSM적인 행위를 살짝 가미하는 거라면, 성향자들은 BDSM 행위에 섹스를 가미하는 형태에 더 가까울 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성향자들 중에는 섹스리스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나 역시 대체로 섹스리스 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또한 BDSM이 반드시 성적인 행위인것만도 아니다. 지배-피지배 관계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시 글을 쓸 예정이다.

     

     

    바닐라들 입장에서는 성향자들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정신적인 만족감 혹은 성적인 흥분 등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BDSM 테스트를 재미삼아 해 볼 수야 있겠지만, 이 테스트들은 자신의 세부적인 성향을 고민하는 에세머들에게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성향이 없는 바닐라들에게는 말 그대로 재미삼아 한번 해 보는 것 외에 의미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괜히 있지도 않은 성향을 근거로 섣불리 구인을 하거나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되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호기심에 펨돔을 만났다가 뺨 맞고 한동안 발기부전이 되었다는 남성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에세머들 역시 바닐라들에게 그들이 원치 않는 BDSM 행위를 체험시켜주고 싶지 않으며 어줍잖은 변바(변태 바닐라)들에게 피해를 입고 싶지도 않다. 

     

    에세머와 바닐라 간에는 분명히 다른 점이 존재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맞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봤자 의미가 없다는 게 오늘의 결론이다. 테스트 링크는 아래에 첨부했다.

     

     

     

     

    참고

    영어 사이트 (https://bdsmtest.org/)

    한국어 사이트 (http://bdsm-test.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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