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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프라이멀(Primal)성향 - 헌터와 프레이 성향에 대한 고찰
    BDSM 이야기 2019. 12. 31. 02:17

    이전 글에서 세부 성향들을 정리하면서 프라이멀 성향(헌터&프레이 성향)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그 때는 이를 돔&섭 관계의 다양한 양상 중 하나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프라이멀 성향에 관해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셔서 좀더 자세히 찾아보면서 프라이멀 성향은 돔과 섭 성향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라이멀 성향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원 글에서 해당 부분은 수정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사를 위해 구글링을 하다 보니 프라이멀 성향에 관해 심도있게 다루는, 혹은 프라이멀 성향자가 자신의 성향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한국어 글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나부터도 헌터/프레이 성향에 대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기에, BDSM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더 먼저 이루어지기 시작한 영어권의 자료를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양지 문화가 아닌 BDSM 특성상 그쪽 역시도 '공식적인 정의' 같은 것은 없는 듯 해서, 3번 항목의 경우에는 특히 프라이멀 성향자들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한 글들을 참고하여 적었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출처는 맨 아래 참고.


    1) 프라이멀(Primal) 성향의 정의

     

    우선 가장 유명한 bdsmtest.org의 정의를 보자. (의역 주의)

    '프라이멀 성향자는 대개 그들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초점을 맞추며, 섹스 도중에 자신들 내면의 동물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것을 즐긴다. 프라이멀 플레이의 핵심은 플레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적이고 섹슈얼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보인다는 것에 있다. (사회에서 나를 정의하는) 어떠한 꼬리표나, 사회에서 내가 수행하는 혹은 내게 부여된 역할, 그리고 규칙과 에티켓같은 것들은 모두 던져 버리고, 프레이는 포식자(헌터)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고함치고 *으르렁대며 발톱으로 할퀴는 한 마리의 동물이 되는 것이다.'
    *원문에는 'growing'이라고 되어 있으나 문맥상 'growling'의 오타로 보인다.

    한마디로, 프라이멀 성향의 핵심은 '본능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것'인 셈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 - 부모 또는 자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친구나 애인으로서 등 - 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역할에 맞는 모습과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받는다. 또한 문명화된 인간으로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법과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며 살아간다.(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프라이멀 성향자들은 플레이를 할 때 이러한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야생의 동물들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프레이 성향자들은 야생의 피식자 역할을, 헌터 성향자들은 포식자 역할이라는 점이 차이점일 것이다.

     

    bdsmwiki에서도 다음과 같이 유사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문명 사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보다 직접적으로 욕구와 충동에 몸을 맡기고 행동하는 것'

     

    bdsmwiki에서 프라이멀 성향을 설명하는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또한 이 부분이다.

    '(프라이멀 플레이에서 드러나는 감정들은) 날것 그대로의, 거칠고 성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또한 즐거움이나,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감정일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깊은 사랑 또는 친밀감, 아주 상냥하고 다정한 감정, 심지어는 슬픔과 비통함이 될 수도 있다. '프라이멀(원초적인)' 하다는 것은 반드시 '거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날 것 그대로의, 여과되지 않은, 무엇이든간에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감정'인 셈이다.'

    즉, 원초적이고, 본능에 몸을 맡기는 플레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친 플레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감정 그 자체를 드러낸다는 점이 핵심인 것이다. 또한 그러한 감정들의 종류는 아주 다양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cf) BDSM위키에서는 '프라이멀'이라는 용어에 대해 플레이의 종류/성향(정체성)/관계 양상 을 지칭하는 말로 두루 쓰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프라이멀 플레이를 즐겨 해', '나는 프라이멀 성향이야', '나는 내 파트너와 프라이멀 관계야' 등등의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 

     

    두 줄 요약 : 프라이멀 성향이란, 사회화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자연스러운 본능을 표출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이고 거친 플레이만 하는 게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2) 프라이멀 플레이란 무엇일까? 주의사항은?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프라이멀 성향이 뭔지는 얼추 알겠는데, 그럼 프라이멀 성향자들은 어떤 플레이를 하는거야?'

     

    우선 플레이할 때 무엇을 사용하냐에 관해서, kinkly.com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프라이멀 플레이는 '우리가 갖고 태어난' 도구들을 사용한다. 즉, 손톱, (머리카락을 비롯한)털, 이(치아), 그리고 피부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명 사회가 아닌 야생에서, 본능에 몸을 맡기는 동물의 입장으로 돌아가본다고 할 때 플레이에 사용되는 건 로프, 패들, 저온초같은 도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몸이다.

     

     

    그럼 우리 몸을 사용해서, 플레이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걸까?

     

    kinkly.com에서의 다음 설명이 좋은 참고가 될 듯 하여 가져왔다.(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이어붙였다)

    프라이멀 플레이의 개념은 '우리가 갖고 있는 동물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다. (즉, 사회적 역할이나 지위라던가, 예절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통용되지 않는, 문명화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몸싸움을 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깨물고, 으르렁거리는 등의 여러가지 행위가 프라이멀 플레이에 해당된다. '프라이멀하게 행동한다'는 것에는 싸우거나 동물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도 포함된다.

    한마디로, 그냥 본능에 몸을 맡기고 행동하는 게 프라이멀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cf. bdsmwiki에서는 '신체를 사용한 거친 플레이'와 '두려움을 유발하는 플레이'를 프라이멀 플레이의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프라이멀 플레이 양상에 대해서는 3번 항목에서 프라이멀 성향자들의 경험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렇게 본능에 따라 하는 것이 프라이멀 플레이라지만, 모든 BDSM 플레이가 그렇듯이 당연히 안전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플레이할 때야 야생 동물같은 상태라지만, 우리 모두 현생은 사회인이지 않은가...) 

     

    kinkly.com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안전을 우선시하다 보면 완전하게 '프라이멀(원초적인)'한 상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라이멀 플레이는 '완전히 지배당하는 것'을 원하는 섭에게 그러한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플레이이다.'

    BDSM 플레이에 있어서 안전은 필수 요소이며, 이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말인 셈.

     

     

    bdsmwiki에서 프라이멀 플레이와 관련하여 주의해야 될 점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의도적으로 날 것 그대로의, 여과되지 않은 감정과 반응을 끌어내는 것은 자제력을 잃게 만들 수 있으므로 종종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위험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프라이멀 플레이를 '엣지 플레이'(edge play, 여기서는 심각하거나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 플레이를 지칭한다)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한다.

    본연의 감정을 표출하고 본능에 몸을 맡기는 것은 당연히 자제력을 잃고 휩쓸릴 위험성을 내포하는 행위이다. 더군다나 프레이가 저항하더라도 그걸 힘으로 제압하는 게 헌터의 역할이 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프라이멀 플레이에도 당연히 세이프워드가 필요하며, 애프터케어 역시 중요하다.

     

    kinkly.com에서 역시 프라이멀 플레이 뒤에 돔과 섭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프라이멀 플레이를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파트너와의 끈끈한 신뢰관계라고도 언급하고 있다.

    프라이멀한 상태는 순수하게 본능적인 상태이므로, 이성이라던가 학습된 행동같은 것들은 프라이멀 플레이를 할 때 벗어 던져버리게 된다. 파트너 사이에 끈끈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한, 프라이멀 플레이는 아주 은밀하고 폭발적인 BDSM (그리고 섹스)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친절한 요약 : 프라이멀 플레이란, 우리 몸을 사용하여 깨물고, 할퀴고, 몸싸움을 하거나 으르렁거리는 등의 행위 또는 동물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플레이이다. (자세한 방식은 3번에서 계속) BDSM 행위니만큼 당연히 세이프워드와 애프터케어가 중요하며, 플레이 이전에 파트너와 깊은 신뢰관계가 필수적이다.


    3) 프라이멀 성향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드디어 이론 설명이 끝났다. (역시 자료조사를 많이 해야 하는 글은 힘들다) 이제 흥미로운 경험담 타임!

     

    프라이멀 성향자, 그리고 프라이멀 성향자를 파트너로 둔 사람들의 경험담을 reddit과 quora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프라이멀 성향과 프라이멀 플레이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추려 보았다. (적당히 필요한 내용을 발췌해서 재구성했으니 원문이 궁금하면 맨 아래 참고 링크를 타고 가보시길)

     

    ① 헌터를 파트너로 둔 사람의 글

    내 파트너는 헌터 성향이야. 그렇지만 나는 프레이는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기엔 브랫인 것 같아. 하지만 나는 몸부림치고, 힘으로 제압당하는 게 좋아서 내 파트너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 헌터 성향자로서 내 파트너가 보여주는 두드러지는 특징은 '힘'과 '몸싸움(힘겨루기)'에 포인트를 둔다는거야. 우리가 하는 플레이는 대개 힘을 쏟는 육체적인 플레이나, 신체 구속이나, 깨물기 등등으로 이루어져. 또, 나는 규칙도 없고 예측할수도 없는 우리의 플레이 방식이 맘에 들어. 우리는 평소에 잘 소통하는 편이고 서로 정해놓은 한계점도 있고 세이프워드도 당연히 정해 놓았지만, 내 파트너는 플을 '계획'하지 않아.
    또, 내 파트너는 가끔 '늑대'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는 그럴 때는 '먹잇감' 역할을 해. 초기에는 내가 '무리 속의 새끼늑대' 역할을 하기도 했어. 늑대 무리 안에서 보호받는 존재이고, 다른 늑대(파트너)랑 서로 깨물면서 노는 그런 상황 말이야. 난 그런 상황이 무척 즐거웠어.

    이 글에서 프라이멀 성향과 프라이멀 플레이의 특징을 드러내는 부분을 찾아 보았다.

    • '헌터는 힘으로 제압하려 하고, 프레이는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것'
    • '육체적인 플레이/신체 구속/깨물기 등'
    • '계획된 플레이가 아니라, 즉흥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

    물론 여타 BDSM 성향들이 그러하듯이 이 경험담 역시 '프라이멀 플레이'의 하나일 뿐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나름 1번과 2번에서 살펴본 측면들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계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플레이'라는 점이 앞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라이멀 플레이 양상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② 프레이를 파트너로 둔 사람의 글

    (나는 헌터, 사디, 돔 성향을 갖고 있어.)
    내 섭은 자기를 '키트여우'라고 여기는데, 보호받고, 사랑받고, 케어받는 존재로 생각하는 거지. 걔는 나를 핥고, 키스하고, 발로 건드리기도 하고, 엉덩이를 살랑거리거나 꼬리를 흔들고, 즐겁게 폴짝거리며 뛰어다니고, 자기 꼬리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배를 긁기 위해 몸을 둥그렇게 말기도 해. 나는 그럴 때 걔를 펫처럼 대해. 혹은, 내가 '늑대'로 변해서 플레이를 하기도 해. 부드럽게 하기도 하고, 거칠게 하기도 하고, 그날 그날 '늑대'인 나의 감정에 따라 달라져.
    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해보일지 몰라도, 나는 그런 방식으로 본능에 몸을 맡기는 게 아주 즐거운 일이라고 느껴. 특히 내 사디 기질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특히 좋은데, 왜냐면 내 섭은 마조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내 섭에게 적극적으로 고통을 가하지는 않거든. (이런 방식으로 프라이멀 플레이를 할 때) 꼬집거나 할퀴거나 깨물거나 하는 정도야.
    내가 돔들을 위한 플레이 방식을 하나 알려주자면, 네 섭을 네가 깨물 수 있도록 목을 내밀고 있게 해. 그 다음에 섭의 피부에 닿을 정도로만 살짝 이를 대는거야. 그리고 섭의 목젖을 부드럽게 이로 깨물어 봐. 내 파트너는 그런 행동에서 복종의 스릴과 상하관계를 느낀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확실하게 내 파트너를 압도하는 존재가 된 기분이 되어서 좋고.

    이 글을 보면 프레이 성향과 펫 성향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뒤에 이어질 경험담들에서는 프레이가 '다만 좀 더 야생 환경에서의 펫'이라고 설명하는 프라이멀 성향자들의 의견도 나온다.

    또한, 프레이 성향자중에 이 글에 나온 것처럼 스스로를 특정 동물로 상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1번 경험담에서 헌터인 파트너 역시 스스로를 '늑대'라고 생각한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이 경험담을 쓴 사람은 글로 미루어보아 헌터, 사디, 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프레이 성향자인 자신의 파트너와 맞추는 동시에 헌터로서/사디로서/돔으로서 자신의 플레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절충적인 플레이 상황을 세 가지 보여주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파트너가 프레이 성향자인데 자신이 헌터 성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향을 갖고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키트여우 이렇게 생겼다고 함. 출처 위키백과사전)

     

    ③ 프레이 성향자의 글

    사실 나는 스스로를 펫으로 생각해. 다만 야생의 상황에 놓여있는 펫으로. 깨물고, 할퀴고, 으르렁거리거나 쉿소리를 내거나 하는거지. 나는 한번도 펫과 프레이를 분리해서 생각해보려 한 적 없어. 왜냐면 나는 다만 '조금 더 거친 상황 속의 펫' 정도라고 느껴지거든.

    이 글 역시 펫과 프레이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성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번 글에서 프레이 성향자가 헌터 성향자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역시나 프레이 성향과 펫 성향이 연속선상의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동물처럼 행동하길 원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도 하고 말이다. 펫 성향이라고 하면 대부분 예쁨받고, 케어받고자 하는 성향을 떠오르는 반면, 프레이 성향은 그러한 부분에 더해 야생 속의 먹잇감처럼 대해지고자 하는 성향이 같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프레이 성향자와 펫 성향자들이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④ 헌터 성향자의 글

    이 글은 quora.com에서 찾은건데, 꽤 긴 글이지만 프라이멀 성향에 관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역시나 필요한 부분을 추려 재구성해봤다.

    나도 아직 초보라고 생각해서, 내 글은 참고정도로만 봐줬으면 해. (근데 읽어보면 초보 아닌데 겸손하신듯..)
    내가 아는 프라이멀 성향자들은 모두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나는 프라이멀 성향을 좁게 정의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큰 틀에서 보자면, 프라이멀 플레이는 상대방을(혹은 스스로를) 아주 원초적인 상태로 데려오는거야. 어떤 사람들은 동물과 같은 상태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와 내 파트너는 그냥 '모든 규칙과 예절과 사회적 규범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진 사람'의 상태로 생각하고 있어.
    특히, 나는 프라이멀 플레이를 '사람들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정의해. 그 감정은 즐거움, 분노, 슬픔, 또는 두려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플레이 과정에서는 몸싸움을 하거나, 깨물거나, 할퀴거나, 울거나(사실 훌쩍이거나 혹은 울부짖는 것에 더 가깝긴 하지만), 야성적으로 웃거나, 춤추거나, 음악을 만들어내거나,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쫓고 쫓기는 등등의 행동을 하지. 최소한, 내가 플레이를 할 때에는 그래. 나와 내 파트너는 광인들처럼 벌거벗고 춤추거나, 서로의 몸을 애무하거나, 서로 쫓고 쫓기다가 잡혔을 때에는 서로의 옷을 찢어 버리고 피부가 까질 때까지 섹스하거나 하면서 많은 밤들을 함께 보냈어. 섹스를 전혀 하지 않고 온종일 대화만 나누기도 했고, 그러다 내 파트너가 눈물바다가 돼서 몸을 웅크리고 서로에게 바싹 파고들어 잠든 밤도 있었지.

    프라이멀 플레이는 아주 강렬하고 카타르시스적일 수 있어. 물론 세이프워드(우리는 두 가지를 쓰고 있어. 타임 아웃, 그리고 플레이 중지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네가 아주 깊이 신뢰하는 파트너와 하는 것이 중요해.
    프라이멀 플레이는 여타 BDSM 행위들처럼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지는 않지만(할퀴거나 물거나 하는 행위들로 인해 느끼는 고통은 *우연하게 생기는 거니까), 감정의 깊이가 플레이를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어. 따라서 프라이멀 플레이를 할 때 파트너들은 둘 다 '스스로가 즐겁지 않다고 느낄 때, 자신의 그런 감정을 인식하고 플레이 중단을 외칠 수 있는 경험'이 필수적이야. 
    * '우연하게'라는 단어의 맥락적 의미 : 고통 자체를 목적으로 두고 한 행위가 아니라, 프라이멀한 행위에 의해 부수적으로 초래되는 고통이라는 뜻

    이 글을 쓴 사람이 정의한 '프라이멀 성향'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다만 프라이멀 성향을 단순히 '동물처럼 행동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쉬운 이해를 돕는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글쓴이는 프라이멀 플레이에 있어서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뒤에서도 프라이멀 플레이의 그러한 특성 때문에 파트너들은 반드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잘 판단할줄 알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프라이멀 플레이 특성상 날 것 그대로의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데, 그로 인해 스스로를(혹은 상대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 행위로 즐거워하고 있는지, 혹은 더이상 즐거워하지 않고 휘둘리기만 하고 있는지(혹은 그로 인해 위험한 상태가 되었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프라이멀 플레이를 지향하는 성향자라면 생각해봐야 할 만한 부분으로 보인다.

     

    cf. 이 뒤에는 글쓴이의 tmi가 나와서 생략했는데,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한 요약>>

    더보기

    글쓴이는 프라이멀 플레이에서의 자신의 행위가, 자기가 살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채 해왔던 행위들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이야기함. 자신은 항상 사람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에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성향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함. 농담삼아 자기를 만난 사람들은 자기를 아주 사랑하거나 아예 죽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중간이 없다고 말한다고. 파트너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거의 숭배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후략) 결국 글쓴이의 포인트는 '프라이멀 플레이에서의 포인트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끌어내는 것'. 그리고 '내가 그걸 하는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 그 얘기인듯 함.

    마지막에 이 문장은 눈여겨볼 만한 구절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 "나는 내 스스로가 타고난 기질의 한 부분을 BDSM 측면에서 찾음으로써 그것을 보다 감당하기 쉬운 부분으로 재포장할 수 있었어. 그리고 보다 안전하고, 합의에 따른 방법으로 그런 성향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지." 즉 자신이 타고난 기질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BDSM 성향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극복하고 다루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여러분 BDSM이 이렇게 유익합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지치지만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잘 몰랐던 성향에 대해 이렇게까지 조사하고 생각해 볼 만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글의 주제를 제안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또,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에세머중에 스스로를 프라이멀 성향으로 정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 프라이멀 성향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한국어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프라이멀 성향에 대한 에세머들의 인식 또한 불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의 성향이 프라이멀 성향인지 궁금했던 에세머들, 그리고 프라이멀 성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에세머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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