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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 첫 플레이 준비하기 (부제 : 고뇌하는 초보돔들을 위하여)
    BDSM 이야기 2019. 9. 19. 16:51

    돔들에게 첫 플레이만큼 긴장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내 첫 플레이는 다소 엉성하고 약간 부끄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ㅋㅋㅋㅋ

    하지만 플레이 당일보다도 더 날 멘붕시켰던 것은 플레이 준비 과정이었다.

    그 누구도 첫 플레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ㅎ

    따흐흑

    커뮤니티를 보든 구글링을 하든 다들 플 잘 하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누구도 플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직접 부딪혀가며 이리저리 시도해보고 상대에게 피드백도 요청하고 하면서 점차 플레이에 익숙해졌지만, 당시의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초보 돔들을 위해 언젠가 이 주제로 꼭 글을 쓰고 싶었다. 다른 에세머들이 본다면 별거 아닌 글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를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렇다면 첫 플레이 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 상대의 선호플과 비선호플 파악하기

    앞선 글에서 소개한 바 있는 플레이 취향 선택표를 활용한다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섭이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플레이는 제외해야 한다. 돔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타협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억지로 설득하려 들거나 플레이 순간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섭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돔은 제대로 된 돔이 아니니 버리자)

    예를 들어 나는 어릴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블라인드를 못 한다는 섭을 만난 적이 있다. 블라인드가 조금 무서울 수는 있어도 크게 어려운 플레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돔 뿐만 아니라 섭도 초보인 경우 본인이 무서워 하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플레이 취향 선택표를 두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섭이 원하는 플레이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또 아니다.

    섭이 좋아하는 플레이만 한다면 그게 무슨 서로의 즐거움을 위한 행위란 말인가? 위에서 언급한 나쁜 돔과 반대로, 자기가 원하는 플만 고집하는 섭은 나쁜 섭이다. 돔을 소위 말하는 '돔우미' 쯤으로 취급하는 섭 역시 버리자.

    '(개인적인 사유 또는 극심한 두려움이나 외상 등으로 인해) 절대 할 수 없는 플'과 '못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닌 플'은 엄연히 다르다

    상대가 좋아하는 플레이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를 적절하게 섞어 가며 텐션을 유지하고 즐거움을 만드는 것, 돔의 역량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돔과 섭이 첫 플레이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걸 서로 미리 이야기해 둔 상태라면 상관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 돔 혼자서 오롯이 플레이 구상을 해 가는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상대의 플레이 취향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 좋아하는 플 / 제일 해 보고 싶은 플

    -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시도해 볼 의향이 있는 플 /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는 플

    - 절대 할 수 없는 플

     

     

    2. 플레이 순서 정하기 & 준비물과 주의사항 체크

    일단 상대의 플레이 취향을 확인했다면, 이제 ① 첫 플레이때 시도해 볼 플레이를 정한다. 많이 고를 필요 없다. 한 번에 다 하려고 욕심내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돔이 어떻게 끌고가느냐에 따라 같은 플레이도 방법이 무궁무진하며, 플 하나로도 하루종일 놀 수 있다.

    ** 내 경우에는 상대가 초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가 못 한다고 한 것을 제외하고) 일단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플레이를 골랐다. 나름 서프라이즈라고 상대가 해 본 적 없다고 한 플레이도 찾아서 넣었다. 상대가 좋다 싫다를 딱히 표시하지 않은 플레이를 하고, 잘 했을 경우에 상으로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는 식으로 구성하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니 참고만 하길..

     

    일단 첫 플레이에서 할 플레이를 고르면 해당 플레이로 범위를 좁혀서 검색해 볼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아이디어 혹은 주의사항을 참고하기 훨씬 수월하다.  SM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구글, 트위터로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② 플레이간의 대략적인 순서를 정한다. 플 경험이 쌓이게 되면 어떤 플을 할지만 대략적으로 생각해 가도 유연하게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지만, 첫 플레이 때에는 순서를 생각해 두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실제 플을 하게 되면 모든 게 계획대로 굴러가지만은 않고 항상 돌발상황이 생기지만, 최소한 큰 틀을 마련해 둔다면 '이제 뭐 하지...?'하고 멍 때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 순서는 빡빡하게 정할 필요는 없다. 대략의 동선과 섭의 상태를 생각해보며 어떤 플이 먼저 오고, 어떤 플이 나중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울 지 정도를 고려하면 된다. 또한 특정 플은 미리 준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스팽을 할 경우 찜질할 물수건을 플 시작 전에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면 좋다.

    물론 직접 플레이 해 본 적이 없어서 실제 시간이 예상보다 넘칠수도, 부족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만약 시간이 남을 경우 어떤 플을 추가로 할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 갔다. 시간이 부족하면 안 하면 되니까.

     

    다만 애프터케어 할 시간은 꼭 확보할 것! 플 하기에 급급해서 주어진 시간을 플 하는데에만 다 써 버리면 애프터케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특히 스팽과 같이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할 경우 찜질이나 약을 바르는 등의 애프터케어가 필요하니 시간 확보 뿐만 아니라 준비물도 잘 준비하도록 하자. 또한 플이 끝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오늘 했던 플레이에 대해 피드백을 나누는 것도 정신적인 면의 애프터케어라고 할 수 있다.

     

    ** 플레이 도입 부분이 고민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내 첫 플레이때 경험을 적자면, 나는 돔과 섭으로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로 시작하고 싶어서 섭이 씻고 나온 뒤 신체검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플을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옷을 다 벗길 필요는 없다. 만나기 전 섭이 무언가 잘못을 했다면(단골 소재 : 지각) 그걸 구실삼는 것도 플레이 도입부에서 써먹을 만한 방법이다. 아주 많고 많은 예들 중 하나일 뿐이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그 뒤에는 ③ 플레이에 필요한 준비물을 체크한다. 물론 도구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나 첫 플이라면, 욕심내서 도구를 왕창 구비할 필요는 없다. 도구 없이도 플레이를 재밌게 할 수 있으므로 도구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생각해 둔 플레이에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면 미리 체크해놓고 준비해가도록 하자. 섭을 깜짝 놀래켜 주고 싶다면 몰래 준비해가도 좋고, 섭과 미리 상의해서 도구를 구비해도 좋다. 여건이 된다면 같이 도구 쇼핑을 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밖에도 ④ 플레이 시 주의사항을 꼭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정했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해당 플레이로 인터넷에서, 혹은 BDSM 커뮤니티에서 검색해 보면 구체적인 주의사항을 찾을 수 있다.) 스팽을 할 경우 때려도 안전한 부위와 위험한 부위라던가, 도그플을 할 경우 무릎 보호대 없이 섭을 장시간 바닥에서 기어다니게 하면 무릎을 다칠 수 있다던가, 애널 관련 플을 할 경우 수용성 젤을 사용해야 한다던가 등등 각 플레이와 관련한 주의사항을 꼭 찾아보고 꼼꼼하게 숙지해야 한다. 특히나 섭은 플레이 도중에 뭔가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어도 분위기상 쉽게 말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돔이 미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가야 한다.

     

     

    3. 첫 플레이시 팁

    - 당황해서 얼어붙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허둥댈 필요 없다. 상대도 내가 초보인걸 아니까 괜찮다. 여유를 갖자

    - 반드시 플레이 전에 세이프워드를 정할 것.

    - 스팽을 동반할 예정이라면 애프터케어를 위한 찬 물수건을 미리 준비할 것

    - 플 하면서 섭의 상태를 체크할 것. 처음에는 자기가 계획한 대로 진행하는 것이 벅차서 상대를 제대로 신경 못 쓸 수도 있는데, 플레이가 반드시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조금 여유롭게 가더라도 섭의 상태를 반드시 체크해가면서 해야 한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섭의 반응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섭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돔의 의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섭의 반응에 일희일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 플 도중 섭의 반응이 신경쓰인다거나 불편한 건 없는지 궁금하다면, 플 끝나고 피드백 시간을 가지면 좋다. 

    - 섭에게 중간중간 물 주기. 돔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으나 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을 잘 못 한다. 나는 내가 목이 마르다고 느낄 때 섭에게도 준다. 

     


     

    읽고 나면 돔이 준비할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준비를 할 성의도 없다면 돔 자격이 없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위해 봉사하는 것만 좋고 내가 상대를 케어할 생각이 없다면 그건 돔 성향이 아니라 그냥 이기적인 것 뿐이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모쪼록 이 글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초보 시절의 나와 같은 돔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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